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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메인 악기도 아닌데… 왜 쿠미코는 유포니엄을 고집할까?

by 글만있다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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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니엄’이라는 악기.
현란한 솔로도 없고, 무대의 정중앙에 서지도 않는다.
관객의 시선은 대부분 트럼펫이나 플루트 같은 높은 음색에 쏠려 있고,
유포니엄은 언제나 그 뒤편, 어딘가에서 조용히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오우마에 쿠미코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다시 유포니엄을 잡는다.
어쩌면 억지로, 어쩌면 습관처럼. 하지만 그 선택이
그녀의 성장과 맞물리며, 점차 아주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 글에서는 쿠미코가 유포니엄이라는 악기를 ‘왜’ 고집하게 되었는지,
그 선택이 그녀의 감정과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 맞닿아 있는지 생각해 본다.




1. 말 많은 쿠미코, 말 없는 유포니엄

쿠미코는 겉으로는 무심한 척, 적당히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타입이다.
그녀의 내면은 굉장히 ‘시끄럽다’.

그런 그녀가 연주하는 악기는 유포니엄.
관악기 중에서도 중음역대를 담당하며, 주로 화음을 채우는 역할.
다른 악기들이 선명한 멜로디를 이끌 때, 유포니엄은 그 밑에서 조용히 받쳐준다.

이 조합은 참 아이러니하다.
속으로는 끓어오르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있는 소녀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기도 하다.
유포니엄은 쿠미코 자신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튀지 않아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 하는 존재.




2. 떠밀려 잡은 악기, 떠밀리지 않은 마음

쿠미코는 처음부터 유포니엄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중학교 시절, '어쩌다' 맡게 되었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음악을 멀리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레이나와의 재회, 밴드부의 분위기, 그리고
"전국을 목표로 한다"는 선언은 그녀를 다시 유포니엄 앞으로 이끈다.
처음에는 습관처럼, 체념처럼 다시 잡은 악기였지만
그 속에서 ‘진심’을 꺼내게 된다.

그녀는 유포니엄을 통해 처음으로 ‘무언가를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단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넘어서,
쿠미코가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결국 유포니엄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간다.
그녀는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을, 이 둥근 금빛 악기를 통해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다.




3. 유포니엄은 쿠미코의 서브보컬이다

작중에서 유포니엄은 솔로 파트를 맡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그 조용한 음색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특히 2기에서 아스카 선배의 진심을 마주할 때,
쿠미코는 말로 설득하거나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유포니엄 연주’로 마음을 전달한다.

그 순간, 유포니엄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쿠미코의 ‘두 번째 목소리’가 된다.
더 이상 주변적인 존재가 아니다.

쿠미코는 말하지 않아도,
연주를 통해 감정과 신념을 전할 수 있게 되었고,
그건 곧 그녀가 자신과 화해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4. 그녀는 유포니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유포니엄이 특별해서 고른 건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되어버렸고, 다시 피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진심으로 마주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쿠미코는 유포니엄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찾아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소란스럽진 않지만 깊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그녀의 악기이자, 그녀 자신이다.




마무리하며

유포니엄이라는 악기는 애니메이션 제목이기도 하고,
쿠미코가 연주하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정체성과 성장의 상징이다.

누구보다 복잡한 마음을 가진 소녀가
가장 단순하고 묵직한 음색을 내는 악기를 택했다는 사실.
그건 결국, 말 없는 진심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을
그녀가 찾아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쿠미코는 유포니엄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악기를 놓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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