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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타나카 아스카 – 리더가 되지 못한 리더의 초상

by 글만있다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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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카 아스카.
《울려라! 유포니엄》을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얼마나 특이한 인물인지 쉽게 느꼈을 것이다.
언제나 밝고 유쾌한 태도,
지식을 겸비한 악기 설명,
합주에서 보여주는 실력과 집중력까지.
그녀는 팀 내 누구보다 눈에 띄는 존재다.
하지만, 정작 중심에는 서 있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인데도,
리더가 되길 원하지 않는 사람.
혹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끝내 리더가 되지 못한 사람.
아스카는 그런 모순적인 인물이다.




언제나 완벽하지만, 언제나 한 걸음 물러난

아스카는 부부장이다.
실력으로나 경험으로나 부원들 사이의 신뢰는 두텁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쿠미코 역시 아스카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혼란스러워한다.
분명히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느낀다.

아스카는 감정을 꺼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타인의 감정에는 선을 긋는다.
그게 그녀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고,
또한 리더가 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중심에서 빠져 있어야 할 이유

왜 그녀는 리더가 되려 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책임이 싫어서’가 아니다.
가정이라는 배경,
특히 아버지와 관련된 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중심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음악은 아스카에게 도피처이자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음악을 진심으로 대하면 대할수록,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들킬까 봐 두려워한다.

리더란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자리다.
아스카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혹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뒀다.

결국 그녀는 '부부장'으로 남는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중심이 되지 않는,
리더가 될 수 있었지만 되지 않은 사람.




진심을 말하는 순간, 그녀는 변했다

작중 후반,
아스카는 유포니엄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때 처음으로 그녀는 흔들리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부원들과 제대로 연결된다.
진심이 오가는 자리에서
그녀는 '리더가 되지 않으려는 리더'에서
**‘이해받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한다.

그 변화가 아스카의 성장을 보여준다.
리더가 되는 건
능력이나 책임감보다
마음을 내어놓는 용기라는 사실을.




마무리하며 - 완성되지 않은 리더의 의미

타나카 아스카는 리더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기술이나 태도가 아니라,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그녀는 그걸 가장 마지막에 배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아스카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완벽해서 외로웠고,
능력이 있어서 고립되었던 그녀는
비로소 인간적인 약함을 드러내며
누구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건 ‘리더의 실패’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완성에 가까운 장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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