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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노조미와 미조레 – 리즈와 파랑새, 우정의 균형이란?

by 글만있다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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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의 외전이자 독립적인 작품으로도 손색없는 **《리즈와 파랑새》**는 한 편의 조용한 심리극이다.
노조미와 미조레,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우정’ 이상의 감정,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거리감을 다룬다.

이 작품은 말보다 ‘침묵’이 많고,
설명보다 ‘시선’과 ‘걸음’이 많다.
그 속에서 우리는 ‘친하다는 건 무엇일까’,
‘같이 있다는 건 어디까지를 말할까’ 같은
섬세한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 너무 달라서, 그래서 붙어 있었던 두 사람

노조미와 미조레는 음악으로 연결된 친구다.
플루트를 부는 노조미는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
오보에를 부는 미조레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
둘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관계를 만들어 왔다.

미조레는 노조미가 빛처럼 느껴진다.
노조미가 있기 때문에 자신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조미는 그런 미조레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그녀에게 미조레는 ‘소중한 친구’이지만,
의존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절실하지는 않은 존재다.

그 차이에서 균열이 생긴다.
가까웠지만,
사실은 전혀 같은 곳을 보고 있지 않았다는 걸,
서로가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우정’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

미조레는 노조미에게 집착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그건 단순한 친구로서의 애정이 아니다.
존재의 의미를 걸 정도의 의지,
누구보다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어디에도 이름 붙일 수 없다.
그래서 더 복잡하고, 더 아프다.

노조미는 그런 미조레의 감정을 눈치채지만,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다.
마치 ‘말해버리면 무너질까 봐’ 조심스러운 듯한 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이’라는 말로는
결코 봉합되지 않는다.




리즈와 파랑새 – 관계의 은유

극 중 연주하는 곡 ‘리즈와 파랑새’는
노조미와 미조레의 관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동화 속에서 리즈는 자유로운 파랑새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새장에 가두면, 파랑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리즈는 결국 파랑새를 떠나보낸다.

이 이야기는 미조레에게 그대로 겹쳐진다.
미조레는 노조미를 놓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상대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붙잡는 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일 수 있다는 걸
미조레는 이 곡을 통해 깨닫는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과 ‘떨어져야 하는 용기’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미조레는
자신만을 위한 오보에 연주가 아닌,
노조미를 위한, 그리고 ‘함께’ 연주하기 위한 소리를 낸다.

그건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자,
처음으로 노조미를 진짜로 이해하고자 한 순간이다.
한편 노조미도,
자신이 무심코 준 상처를 마주하며
미조레의 감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결국 완전히 같은 곳에 서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아간다.
그건 헤어짐이 아닌 성장이고,
진짜 우정이란 ‘계속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놓아줄 수 있는 용기임을 보여준다.




마무리하며 –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

《리즈와 파랑새》는
우정이 항상 따뜻하고 선명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때론 우정은 외로움을 동반하고,
때론 오해와 거리감을 포함한다.

노조미와 미조레는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지만,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였다.
그들이 끝내 해답에 도달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해 진심으로 다가가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파랑새는 새장에 갇히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진짜 우정도,
상대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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